
모유수유를 하면 아기가 절대 안 아프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6개월만 지나면 모유에는 영양가가 거의 없어진다고 들으셨나요? 저도 첫째를 돌까지 모유수유하면서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 분유 좋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같은 말부터 "엄마가 매운 거 먹으면 안 된다"는 식의 조언까지, 모유수유를 둘러싼 오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모유 속 면역 시스템, 생각보다 정교합니다
모유수유를 하면 아기가 안 아플 거라고 기대했다가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첫째가 돌 전에 감기에 걸렸을 때 "모유수유 했는데 왜 아프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모유수유의 진짜 가치는 아이가 절대 안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아플 때 더 빨리 회복하고 증상을 덜 심하게 겪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모유 속에는 분비형 항체(Secretory IgA)라는 면역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분비형 항체란 병원균이 장벽을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어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장기 모유수유는 급성 중이염 위험을 33% 감소시키고, 6개월 이상 수유할 경우 소아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발생률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https://www.pediatrics.or.kr)). 저는 첫째가 열이 날 때마다 젖을 물렸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아이들보다 회복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엄마 몸이 아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는 점입니다. 아기가 젖을 빨 때 침이 엄마의 유선 조직으로 역류하는 현상을 백워시(Backwash)라고 하는데, 이때 엄마 몸의 면역 세포가 아기 침 속 병원균을 감지하고 그에 맞는 항체를 만들어 모유로 전달합니다. 쉽게 말해 엄마 몸이 아기 맞춤형 면역 치료제를 실시간으로 제조하는 셈이죠.
모유 속에는 엑소좀(Exosome)이라는 나노 크기의 캡슐도 들어 있습니다. 엑소좀이란 세포 간 정보를 전달하는 초미세 운반체로, 그 안에는 마이크로 RNA(miRNA)라는 유전자 조절 물질이 담겨 있습니다. 이 유전자 조절 물질은 아기의 장을 통해 흡수되어 뇌, 간, 면역 기관 등 전신으로 퍼지면서 필요한 유전자는 켜고 불필요한 염증 반응은 끄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 내용을 알고 나서 단순히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아이 몸 전체를 세팅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유수유의 면역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급성 중이염 위험 33% 감소
- 소아 천식 및 알레르기 비염 발생률 감소
- 소아 백혈병 발생 위험 10~23% 감소
- 엑소좀을 통한 유전자 수준의 면역 조절
6개월 이후 모유, 오히려 더 진해집니다
"6개월 지나면 모유에 영양 없다"는 말, 정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첫째가 6개월쯤 됐을 때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건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6개월 이후에는 모유만으로 아기 성장에 필요한 철분, 아연 같은 미네랄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지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모유 자체의 영양가가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장기 수유로 갈수록 모유는 고농축 면역 앰플로 진화합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분비형 항체는 수유 2년 차에 농도가 최고치에 달하고, 항균 물질인 락토페린(Lactoferrin)은 13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합니다. 여기서 락토페린이란 세균의 철분을 빼앗아 증식을 막는 천연 항균 물질을 말합니다. 아이가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에 맞춰 엄마 몸이 방어력을 끌어올리는 거죠.
제가 직접 경험한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가 돌 즈음 됐을 때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른 아이들에 비해 감기에 걸려도 증상이 가볍게 지나가는 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모유수유를 계속 이어간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는 장기 수유가 아이의 뇌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유수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기 뇌 피질 표면적(Cortical Surface Area)이 유의하게 넓어진다는 내용인데, 뇌 피질 표면적이란 신경 세포와 그 연결망이 자리 잡는 공간을 의미합니다([출처: 대한신경과학회](https://www.neurology.or.kr)). 표면적이 넓을수록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같은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첫째 때 돌까지 이어간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둘째도 가능하다면 돌까지는 모유수유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물론 몸 회복이나 체력 면에서 부담이 큰 건 사실이지만, 첫째 때 느꼈던 만족감이 너무 컸기 때문에 이번에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모유수유가 단순히 아이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평생 건강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나니, 힘들어도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모유수유는 엄마에게도 장점이 있습니다. 아기가 젖을 빨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Oxytocin)은 자궁 수축을 도와 산후 출혈을 예방하고, 엄마의 기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옥시토신이란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물질로,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인한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12개월 이상 모유수유를 한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26%, 난소암 위험이 37% 낮아지고, 제2형 당뇨 위험도 3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저는 첫째 때 초반 한 달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유두백반증, 젖몸살, 유두 상처로 인한 출혈까지 겹치면서 수유 시간 자체가 두려웠거든요.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오히려 편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분유 준비할 필요 없고, 설거지도 줄고, 외출할 때 짐도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젖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습니다. 그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물론 모유수유가 모든 엄마에게 정답은 아닙니다. 엄마의 체력, 건강 상태, 상황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유수유에 대한 오해들 때문에 시도조차 포기하거나, 이미 하고 있는데도 흔들리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확신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경험상 모유수유는 단순히 아이에게 주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Br8vvnuh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