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또래보다 글을 늦게 읽으면 지능이 떨어지는 걸까요? 많은 부모들이 "그렇다"고 믿고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오히려 산만하고 엉뚱한 아이가 창의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저도 제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며 불안해했던 순간이 많았는데, 돌아보니 그 불안의 상당 부분은 아이가 아니라 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엄마의 불안이 아이를 평가 대상으로 만든다
부모들이 말하는 '지능'은 대부분 문자력과 수리력, 즉 글을 빨리 읽고 산수를 잘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문자력(literacy)이란 문자를 인식하고 해독하는 능력을, 수리력(numeracy)이란 숫자 개념과 기초 연산을 다루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한글을 일찍 깨치고 시계를 빨리 보는 것이 곧 머리가 좋다는 증거처럼 여겨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학습 능력의 일부일 뿐 전체 지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우상 원장에 따르면, 한글을 일찍 깨우친 아이는 문자 지능이 좋은 것이지 종합적인 머리가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출처: 책과삶 유튜브 채널). 실제로 지능이 높은 아이들의 초기 특성은 오히려 다음과 같습니다.
- 산만하고 호기심이 많아 집중이 자주 바뀐다
- 엉뚱한 질문을 많이 하고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
- 한 가지 활동을 오래 지속하기보다 여러 관심사를 오간다
저도 제 아이가 책을 읽으라고 하면 딴짓을 할 때마다 '집중력이 없는 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아이가 오히려 창의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라고 했을 때 순종적으로 앉아서 읽는 아이는 한 가지만 생각하지만, 딴 생각이 많아서 호기심에 이끌려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사고하고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부모의 불안입니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인데, 한두 명이 영어 단어를 몇 개 말하거나 책을 술술 읽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갑자기 '뒤처진 아이'가 되어버립니다. 실제로는 그 아이들이 평균이고 한두 명이 조기 교육을 받은 것뿐인데, 부모는 불안해져서 학원을 보내고 선행학습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주변 엄마들이 "벌써 영어 유치원 보냈어?"라고 물을 때마다 마음이 급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ADHD 오진과 창의성을 죽이는 교육
최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ADHD란 주의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충동적이며 과잉 행동을 보이는 신경발달장애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실제 ADHD가 아닌 아이들이 ADHD로 진단받는 경우가 80% 이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윤우상 원장은 자신의 클리닉을 찾는 아이들 중 10명 중 9명은 ADHD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ADHD 진단에는 객관적인 생체 지표(MRI, 혈액검사 등)가 없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의 보고, 아이의 행동 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FM 스타일의 교사가 보기에 조금만 산만해도 문제로 보이고, 불안이 높은 엄마가 보기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죠.
ADHD 오진을 피하기 위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교사 등 여러 사람이 모두 "이 아이는 문제가 있다"고 느껴야 한다
- 엄마만 불안해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괜찮다고 느낀다면 엄마의 불안이 과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 아이가 특정 상황(학원, 학교)에서만 산만하고 집에서는 괜찮다면 환경 문제일 수 있다
제 지인 중 한 분은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수업 시간에 자리를 이탈한다는 교사의 연락을 받고 ADHD 검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친정 부모님은 모두 "그 정도면 정상"이라고 했고, 결국 약을 먹이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 아이는 3학년이 되어 아무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창의성을 억압하는 교육 방식입니다. 부모들은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하면 "뭐 그런 걸 물어봐"라고 타박하고, 이야기를 이것저것 꺼내면 "논리적으로 얘기해"라고 제지합니다. 아이의 창의성은 산만함, 엉뚱함, 예측 불가능성에서 나오는데, 부모는 그것을 문제 행동으로 규정하고 교정하려 드는 것이죠.
국내 교육심리학계에서는 창의성(creativity)을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출처: 한국교육심리학회). 여기서 핵심은 '새로움'인데, 새로운 생각은 기존 틀을 벗어날 때 나옵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에게 "앉아서 책 읽어", "학원 가서 공부해", "논리적으로 말해"라고 요구하면, 아이의 사고는 점점 좁은 틀 안에 갇히게 됩니다.
저는 제 아이가 "엄마, 하늘은 왜 파래?"라고 물었을 때 "빛의 산란 때문이야"라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제 설명을 듣지 않고 "나는 하늘이 파란색 물감을 먹었을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아이의 상상력을 막고 정답만 주입하려 했던 제 태도를 반성했습니다. 아이에게는 과학 지식보다 자유로운 상상이 더 중요한 시기였던 거죠.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창의성의 영역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그림에서, 어떤 아이는 음악에서, 어떤 아이는 대인관계에서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의 창의성을 평가할 때 잠재의식 속에서 '공부'와 연결시킵니다. 언어 능력은 암기력으로, 수리 능력은 문제풀이 속도로 환원되고, 결국 아이의 다양한 재능은 입시라는 좁은 통로로 수렴됩니다. 이것이 진짜 창의성을 죽이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말이 "재능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재능을 찾아서 밀어준다고 해도, 그 아이가 30대에 어떤 일을 하며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조용히 책만 읽던 아이가 훌륭한 소설가가 될 수도 있고, 산만하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뛰어난 무용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할 일은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제 재능을 회사에 들어와서야 알았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제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고, 부모님도 제게 특별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관심 가는 대로 살았을 뿐입니다. 돌이켜보면 그 '방목'이 오히려 저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것 같습니다. 부모가 일찍 방향을 정해줬다면, 저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아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불안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학원을 안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그 결정을 믿고 아이를 불안한 눈으로 보지 말아야 합니다. "너 학원 안 가도 괜찮겠니?"라고 계속 물으면 아이는 결국 "엄마, 나 갈게"라고 말하게 됩니다. 부모가 결정한 방향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주변의 비교와 압박에서 벗어나야 아이도 자유로워집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이 아이의 창의성과 자존감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