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임신을 확인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영양제를 뭘 더 먹어야 하지?"였습니다. 주변에서는 이것저것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이 쏟아졌고, 인터넷에는 추천 영양제 리스트가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막상 정보를 찾아보니 임신부에게 꼭 필요한 영양제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영양제 섭취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는 최소한의 필수 영양제만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엽산은 임신 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엽산(Folic Acid)부터 챙기셔야 합니다. 엽산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Neural Tube Defects, NTD)을 예방하는 핵심 영양소입니다. 여기서 신경관 결손이란 임신 초기 태아의 뇌와 척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천성 기형을 의미합니다. 척추 끝에 구멍이 생기는 척추갈림증이나 뇌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무뇌증 같은 심각한 문제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중요한 점은 신경관이 형성되는 시기가 임신 4주경, 즉 임신 사실을 막 확인할 무렵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이미 태아의 신경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임신을 확인하고 나서 엽산을 먹기 시작하면 사실상 늦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엽산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저는 임신 계획 단계부터 엽산 0.4mg(400μg)을 매일 챙겨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활성형 엽산이 더 좋다는 광고를 보고 고민했지만, 일반 엽산과 활성형 엽산의 효과 차이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 연구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십 년간 일반 엽산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저는 일반 엽산을 선택했습니다.
다만 이전 임신에서 신경관 결손 아기를 출산했거나, 뇌전증으로 항경련제를 복용 중이라면 고용량 엽산(4mg)을 복용해야 합니다. 이 경우 일반 영양제로는 용량이 부족하므로 병원에서 처방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철분제는 임신 20주부터가 적기입니다
임신 초기에 어지럽다고 해서 무조건 철분제를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입덧이 심할 때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산부인과 선생님께서는 혈액검사 결과 빈혈이 없다면 굳이 서둘러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철분제는 임신 20주부터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 사항입니다.
그 이유는 임신 20주를 기점으로 임신부의 혈액량 자체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혈액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적혈구와 헤모글로빈(Hemoglobin)도 함께 증가해야 하는데, 여기서 헤모글로빈이란 적혈구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을 의미합니다. 헤모글로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분이 필수적이고, 태아 역시 성장하면서 산모의 철분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이 시기부터는 철분 보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출처: 대한산부인과학회).
철분제를 선택할 때는 성분표에서 "철로서(Elemental Iron)" 뒤에 표기된 용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앞에 복잡한 화합물 이름이 적혀 있어도 무시하고, 괄호 안에 적힌 순수 철분 함량이 30mg 이상인지만 보시면 됩니다.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에는 철분 필요량이 두 배가 되므로 60mg 이상 복용이 권장됩니다.
저는 철분제를 먹기 시작하면서 변비와 속 쓰림을 경험했습니다. 철분은 체내 흡수율이 약 10%에 불과해서, 나머지 90%는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그래서 철분제를 먹으면 변이 검게 나오는 것입니다. 흡수율을 높이려면 공복에 비타민 C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지만, 속이 쓰릴 수 있어서 저는 식후에 먹는 쪽으로 조정했습니다.
비타민D는 검사 후 결정하세요
비타민D는 모든 임신부에게 무조건 필요한 영양제는 아닙니다. 저는 임신 전 건강검진에서 비타민D 수치를 확인했고, 결과가 부족으로 나와서 보충제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상당수가 비타민D 결핍 상태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현대인은 햇빛 노출이 부족한 편입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비타민D가 부족하면 태아의 뼈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타민D는 칼슘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칼슘 대사란 우리 몸이 칼슘을 흡수하고 뼈에 저장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칼슘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태아의 골격 형성이나 출생 후 뼈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비타민D는 과잉 섭취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무작정 먹기보다는 혈액검사로 자신의 수치를 확인한 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하루 1,000IU 용량을 복용하고 있으며,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햇빛을 쬐는 시간도 의식적으로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에는 다양한 영양제 광고와 정보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챙기고, 나머지는 균형 잡힌 식사로 보충하는 것이 오히려 몸에 부담이 덜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임신 전부터 엽산을 시작하고, 20주부터 철분제를 추가하고, 필요하다면 비타민D를 보충하는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종합비타민이나 한약, 유산균 같은 추가 영양제는 본인의 건강 상태와 담당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양제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몸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